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동상 동트기까지는 아직 이른 시각, 모래톱은 포화가 끝난 전장처럼 높고 낮은 무덤이 즐비하다. 그 사이로 물줄기가 흐르고 군데군데 웅덩이가 널찍하다. 흐릿한 물속에는 수많은 치어와 미처 바다로 나가지 못한 숭어 한 마리가 지친 지느러미로 제 몸을 지탱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위기에 갇혀 만조 시까지 참고 견뎌야 한다. 사주 사이의 웅덩이에 갇힌 바닷물은 모래톱으로 밀려났다가 쓸려 들기를 반복하고 있다. 때로는 높이, 때로는 낮게 오르내린다. 발등이 젖을까 봐 뒤로 물러섰다가 숭어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물웅덩이에 갇힌 숭어처럼 나 역시 선택을 간과한 대가로 실패의 덫에 갇혀 이곳 적요한 모래톱에 서서 갑갑한 심사를 달래며 고독과 대치하고 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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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7.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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