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의 시간 / 문혜영
앞으로 나아가다가 길이 막히거나 삶이 멈춰있다고 생각될 때면, 아들은 자진하여 더 힘든 자리를 찾아 떠나곤 했다. 안일함 속에 길들여지면 방향감각을 잃고, 삶이 무력해진다는 것이었다. 그 첫 번째 시도가 과학 고등학교였다. 집을 떠나 기숙사생활을 해야만 하는 삶을 기꺼이 선택한 것이다. 대학을 진학하고 난 뒤엔 함께 살 수 있어 좋았지만, 실험실에서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런 아들 때문에 학교 가까운 봉천동으로 이사 왔는데, 아들은 또 다시 훌쩍 유성으로 내려가 기숙사와 연구실만 왔다 갔다 하면서 박사과정을 이수했다. 그리고 결혼과 동시에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연구를 해보겠다며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서울에서 의학공부를 하느라고 신랑을 따라가지 못한 며느리는 방학하는 다음 날로 샌..
수필 읽기
2020. 12. 1. 10:13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