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연인 / 이경은
그들이 거기에 있었다. 마치 폭풍 속을 날아오르려는 새처럼 두 영혼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들의 나신(裸身)을 휘감고 있는 하늘거리는 천 자락에는 바람이 숨어들어 있고, 금방이라도 또 다른 하늘로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 두 남녀는 소용돌이치는 폭풍우 속에서 사랑의 지독한 기쁨과 열정, 치욕을 동시에 맛보며 영원히 함께 떠돌아다니리라. 프란체스카와 파올로. 이 그림 속의 주인공 남녀의 이름이다. 문학사상 열정적 사랑에 관한 최고의 기록으로 남아 있는 70행(行)이야기. 단테의 『신곡』 지옥편 제5곡에 나오는 이 비극적 사랑을 화가 에리 셰퍼(Ary Scheffer)는 이란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나는 그림 앞에서,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다. 사실 이 그림을 이 곳 파리에서 보게 되리라곤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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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2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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