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를 먼저 보내니 머리에 묻습니다.” 소식 뜸했던 구순 어르신이 지난해 상처하였다면서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이다. 자식의 경우 계절마다 아픔이 되살아나지만, 배우자의 경우는 눈 뜨고, 자리 누울 때까지 발자국 닿는 데마다 함께했던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엉뚱하게도 토끼풀과의 인연을 떠올렸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그 풀은 나의 절친이었다. 나라로부터 여러 차례 효자상을 받은 아버지는 낮 동안 편찮으신 할아버지의 말동무라도 되어주라고 나의 진학을 늦추었다. 집 안팎의 토끼풀은 이른 봄부터 초겨울까지 무료한 나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때론 유희로 나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어느 들풀이 연중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으랴. 커가면서는 행운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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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9.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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