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고 바쁜 세상 / 김태길
사무장과 경민이는 비빔냉면을 시키고 나는 돌솥비빔밥을 주문하였다. 여자 종업원이 주방을 향하여 "비냉 둘, 돌밥 하나!" 하고 소리쳤다. '열무비빔밥'은 열밥'이고 '콩나물밥'은 '콩'이란다. 배달원 머슴아가 금속 배달통을 들고 비호처럼 달아난다. 돌솥비빔밥을 돌이라 말하고 비빔냉면을 비냉이라고 줄여서 말하지 않는 나 자신도 그리 여유로운 시간을 느긋하게 살고있는 것은 아니다.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다음 손님을 의식하며 쫓기듯 점심을 먹고 나면, 겨우 차 한 잔 마시곤 약속에 묶여서 가 볼 데가 있다. 표가 날 정도로 해놓는 일도 없는 주제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음과 몸이 바쁜 일정이다. 명색이 학자 또는 문필가로 되어 있어서, 집에 틀어박혀 있는 시간에도 마음은 이리저리 헤매기에 대체로 분주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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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4. 2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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