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낯이 맑아서 하늘이 앉았다. 바람도 피해 간 우물이 고요하다. 산속에 숨어 있어서 아직까지 남아 있는 우물이다. 얕은 우물은 속이 환히 보여서 편안하다. 주르륵 두레박줄이 손바닥을 타고 내 안의 우물 속으로 미끄러진다. 유물처럼 남아 있는 우물을 두레박이 깨우자 출렁하며 잠을 깬다. 손바닥에 열기가 짧게 스칠 때쯤 텅 하고 두레박이 물에 닿는다. 그 순간 긴장하고 있다가 손을 힘을 주어 기억의 줄 끝을 붙잡는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 안에서 아찔한 두려움이 훅 끼친다. 어렸을 때 우물을 들여다보는 일은 무서웠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우물 끝에 설핏 비치는 하늘 조각은 어지럼증을 일으켰다. 큰 정자나무 가지가 뻗은 곳쯤에 앞가르마 반듯하게 타서 쪽을 찐 큰고모가 살았다. 순해 보이지 않는 눈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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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3. 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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