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시인
비인칭인 봄 / 박수현 비인칭(非人稱)의 봄이 걸어간다/ 팬지꽃 심는 아주머니의 엉덩이를 지나/ 지하도의 계단을 밟고 내려간다/ 황사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지하로 밀려가는 카디건과 스니커즈들/ 이어폰을 꽂은 뒤통수가 한결같다/ 파미에 파크, 메가박스, 엔터 식스, 센트럴시티/ 반품된 시간과 리필된 계절들이/ 날마다 리모델링되는 곳/ 입술 없는 얼굴들이, 문수 지워진 발들이/ 풍선 인형처럼 건들건들 환승 통로를 건너간다/ 해석되지 않는 애인과의 거리는/ 내일의 쇼핑 목록에 유보해 둔다/ 불법 포획된 밍크고래가 대형 스크린을 비행하고/ 총선 후보들이 유언비어처럼 깜박이다 페이드아웃된다/ 무빙워크 위에서 어깨를 부딪치다/ 동시다발 삭제되는 비인칭(非人稱) 봄들// 재생 버튼을 누른다/ 지하의 어디쯤 묻힐 ..
시詩 느낌
2021. 11. 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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