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디오도 텔레비전도 흔하지 않은 시절, 여름밤 시골 풍경은 적막하고 무서웠다. 눅눅하고 짧은 밤, 보이지도 않는 도깨비가 골목길을 막았고 간간이 들리는 새끼 떠나보낸 어미 고라니 울부짖음은 들어보지도 못한 귀신 울음소리만큼이나 무서웠다. 먹물 같은 어둠이 장막을 치고 온 집을 둘러싼 감나무들로 인해 연못만큼 작아진 하늘에서 별빛 쏟아져 내리면 밤이 깊어도 쉬이 잠들지 못했다. 일찍 홰에 오른 닭들도 꿈을 꾸는지 부스럭댔다. 여름비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동사 뒤 창고에 있던 상여에서부터 어룽어룽 희끄무레한 인憐불이 날아 나와 숲속을 떠다니고, 숲을 감싸고 흐르는 개울에는 밤이 찾아오자마자 꽁무니에 인불을 단 개똥벌레 날았다. 신비神祕와 전설傳說이 어둠을 장식하는 고향 여름밤은 무덥고 서늘했다. 사계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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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1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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