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도장 / 황미연
무심코 보던 책 속의 한 문장이나, 영화 속의 한 장면이 가슴에 와닿을 때가 있다. 종일 그 생각에 발목이 흥건해질 때가 있다. 피아니스트 루돌프 제르킨Rudolf Serkin이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한다. 여든네 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은이 못지않게 열정적이다. 시간의 두께가 내려앉은 늙고 앙상한 손이 피아노 건반을 누르자 맑은 소리가 공중으로 피어오른다. 입으로 뭔가를 주억거리는 표정이며 몸짓, 피아노 건반 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주름진 손은 참으로 아름답다. 보헤미안 출신인 그는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하여 열두 살에 독주를 할 만큼 천재적인 기질을 가지고 태어났다. 여든여덟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평생을 음악에 헌신한 순순한 영혼이었다.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노년의 모습에서 음악과..
수필 읽기
2022. 6. 2. 08:35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