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 김상환
오랜 도시생활에서 까맣게 잊고 있었던 냄새가 나를 깨웠다. 그 냄새를 따라가 보니 우리 집 부엌에서 아내가 청국장을 끓이고 있었다. 상쾌한 아침, 구수한 청국장 냄새를 맡으면서 뜬금없이 왜 퇴비 냄새를 떠올렸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추억의 향기가 더해져 그랬으리라. 퇴비는 땅의 힘을 길러주는 고품질의 영양소로 풍년을 들게 해주는 유기질 비료다. 대지의 입김처럼 아지랑이가 아롱아롱 피어오르는 봄이 되면 농부들은 바빠진다. 우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퇴비를 바지게에 담아 나르면서 풍성한 가을을 꿈꾼다. 도시인들은 퇴비 냄새가 고약하다고 코를 막지만 농부들은 그 냄새가 구수하고 달다고 한다. 퇴비를 준비하는 농부에게는 꿈과 희망이 담겨 있기에 쿰쿰한 냄새조차도 달고 구수하게 느꼈으리라. 청국장에서 가장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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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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