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 / 김선화
당시, 우리 동네에는 같은 학년 중학생이 그 애들뿐이었다. ‘숙이’와 ‘식이’. 그들은 꼬박 3년 동안 5리길이나 되는 학교에 함께 다녔다. 초등학교시절부터 꼽으면 어언 9년간이다. 학교가 파해 집에 올 때면 가로등도 없는 길이 그들을 가다렸다. 냇물을 건너고 들길을 지나 산모퉁이를 돌아오려면 부엉이소리 간간 들려오는데, 식이는 숙이와 나란히 걷지도 않고 한마디 말도 붙이지 않았다. 늘 저만치 앞에서 걸었다. 숙이도 식이에게 말을 걸지 않고 조용조용 뒤에서 걸었다. 묘하게도 둘 사이는 늘 한결같은 거리가 유지되었다. 숙이로서는 그 고정된 거리가 종종 의문이었다. 그렇게 학교를 졸업하고 길이 갈려 어엿하니 중년의 강을 건너는 그들. 꼬박꼬박 동창회에 나오는 교양미 넘치는 숙이가 식이의 안부를 묻는다. “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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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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