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기排泄記 / 백남일
건강의 척도는 잘 먹고 잘 싸는 데 있다고 한다. 한데, 인생길 팔부능선에 오르고 보니 먹는 덴 예나 지금이나 별 이상이 없는데, 문제는 싸는 게 영 시원찮다는 사실이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양변기 타고 끙끙대다가, 황금덩이는 끝내 구경도 못한 채 엉거주춤 내려오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뜰에 내려 옛날 습관대로 재래식 변소에 들어가 가까스로 근심 한 덩이를 풀고 나왔다. 해우소解憂所에 쪼그리고 앉아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도습蹈襲 하노라면, 대장大腸이 압박을 받아 물리적 배변을 촉진 시켰다. 뿐만아니라 어릴 적 뒷간에 앉아 별자리를 짚었던 귀소본능의 향수에 젖어 거룩한(?) 작업을 이행할 수 있었다. 변비는 스트레스로 인한 대장 운동의 장애나, 위궤양으로 복벽근腹壁筋의 쇠약과 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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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 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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