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필(配匹) / 목성균
강화도 최북단 철산리 뒷산에 있는 180오피는 임진강과 예성강, 한강 하구의 질펀한 해협이 굽어 보이는 돈대 위에 있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을 위해서 흑색 쾌자를 입고 돼지털 벙거지를 쓴 병졸들이 창을 들고 불란서 함대와 맞서 있었음직한 곳이다. 나는 43년 전, 이곳에서 해병 제1여단 예하의 어느 중대에서 위생병으로 파견 근무를 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서해 낙조만치 아름다운 노을을 나는 그때 이후 보지 못했다. 어느 날 집에서 하서(下書)가 당도했는데, 강원도 귀래라는 곳에 전주 이씨 성을 가진 참한 규수가 있어서 네 배필(配匹)로 생각하고 있으니 그리 알라는 내용이었다. 배필이라는 아버님의 굵직한 필적이 젊은 내 가슴을 설레게 했다. 평생 같이 뛰게 내 옆에 붙여줄 암말 한 필, 나는 저녁식사 후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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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8. 1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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