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 제기 / 정목일
내 책상 위에 백자白磁 제기祭器가 하나 있다. 백자 제기를 보면 필시 몇백 년 달빛이 머물고 있는 것 같다. 늘 비어 있는 제기를 보면서 무엇을 올려놓을까 생각해 보곤 했다. 백자 제기는 밑받침과 그 위에 둥근 바탕으로 이뤄진 단순한 구조지만, 두 손을 받들어 공손히 떠받치는 형상이다. 자기는 흙을 빚어 천삼백 도 정도의 온도로 구워낸다. 흙이 불 속에서 하나의 자기로 될 때까지 도공陶工들은 자신의 영혼과 재능을 불에 태운다. 달빛을 보듯, 한 그릇의 정화수를 대하듯 부드럽고 고요한 백자의 빛깔을 불 속에서 완성하는 일은 재주만으로는 될 수 없는 일……. 더구나 하늘과 영령을 위한 제기를 만드는 일이란 함부로 할 수 없다. 정성을 다하여 형태를 빚고, 희고 깨끗한 빛깔을 담아내려 혼신을 다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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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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