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머리냐, 용꼬리냐 / 박영화
“치의학을 공부하고 싶어요.” 대학 전공 선택을 앞둔 큰딸이 미래에 대한 속내를 풀어냈다. ‘의대를 지원하겠다니, 그것도 치대를.’ 그야말로 시애틀 한복판에서 디스코를 출 일이었다. 부모로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맨 처음 미국으로 이주를 고민했을 때, 중학교 1학년인 큰딸에게 먼저 의견을 물었다. 갖은 경우의 수를 저울질하며 망설이다 결심한 건 그때 힘겨워했던 딸애 때문이었다. 중간고사 일정이 나온 후부터, 아이는 엄마가 참견하지 않아도 책상 앞에 붙여놓은 계획표대로 움직였다. 기껏해야 서너 시간 잠을 자면서도 눈꺼풀을 조절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기도 했다. “엄마, 나는 왜 이렇게 잠이 많아? 밤새워야 하는데 자꾸 졸리기만 하고.” 몇 날을 잠을 설치더니 급기야 시커먼 코피가 흘러내렸고 수업 중 기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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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8. 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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