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아침, 등산을 가기 위해 아파트 현관문을 나선다. 부지런한 관리실 아저씨가 벌써부터 청소를 하느라 분주하다. 그런데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버리는 통 위에 못 보던 꽃바구니 하나가 버려져 있다. 내용물 대신, 누군가가 골판지를 찢어 까만 매직 펜으로 글씨를 써 놓았다. “야! 이놈아, 너도 참 불쌍하구나. 너는 커다란 기쁨을 주었는데 그들은 너를 야밤에 개차반처럼 버렸구나!” 아파트 주민 누군가가 재활용 용품이 아닌데도 쓰레기봉투에 넣지 않고 그냥 몰래 버렸던 모양이다. 마음이 상한 경비 아저씨가 무언의 항의로 위트와 유머가 섞인 글을 일부러 적은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버려진 꽃바구니와 글씨가 쓰여진 골판지에 왠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쪽이 아리다. 그동안 잠시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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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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