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풂 없는 베풂 / 은종삼
물은 맛이 없다. 가장 좋은 물이란 맛은 물론 색깔도 냄새도 없는 물이다. 그럼에도 지친 나그네가 길가 옹달샘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야! 물맛 좋다.”고 감탄사를 터뜨린다. 맛없는 맛을 본 것이다. 깊은 산 속 암자에서 수행 중인 한 노스님이 한겨울 녹차가 떨어졌는데 눈이 쌓여 구하러 나갈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맑은 청수를 끓여 녹차 잔에 따라 마시면서 “녹차 맛이 은은하다.”고 했다는 일화를 읽은 적이 있다. 물맛을 녹차 맛으로 착각한 것이다. 물은 맛이 없지만, 모든 음식에 맛을 내준다. 만일 물에 맛이 있다면 음식이 제 맛을 낼 수 있을까? 결국 모든 음식은 물맛이다. 좀 지나친 발상일지 모르겠다. 베풂도 이와 같다. 진정한 베풂은 ‘베풂 없는 베풂’이다. 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을 비롯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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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7.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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