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 / 고경서(경숙)
아무래도 제목에 반한 듯싶다. 연극 포스터에는 상반신을 노출 시킨 여자가 당신의 속내를 안다는 듯 노려보고 있다. 분화구처럼 움푹 파인 가슴에 ‘변태’라는 글자가 추파를 던지며 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것도 같다. 성인극이라는 선정적인 문구가 성적 호기심을 부추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욕망은 점차 거세되면서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소극장에 조명이 켜지면서 무대는 막이 오른다. 서가에 책들이 꽂혀 있고, 한 가운데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다. 이곳은 주인공인 민효석이 운영하는 도서 대여점이다. 도시의 변두리에 문화를 꽃피우고자 가게를 열었으나 월세조차 내지 못한 채 궁핍하게 살아간다. 밥벌이도 못 하는 무명시인으로서 자긍심만은 대단하다. 이웃에 사는 정육점 사장인 오동탁에게 시를 가르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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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1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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