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양산에 빼딱 구두 / 서병호
어머니는 열여섯에 시집을 와 열일곱에 나를 낳았다. 오빠와 남동생이 하나, 네 명의 딸 중 셋째 딸이었다. 언니 결혼 함지기로 왔던 신랑 친구인 아버지는 첫눈에 어머니를 마음에 두었다. 부모님을 졸라 매파를 넣어 부랴부랴 혼인을 했다. 키가 크고 숙성하여 꽉 찬 나이로 보였던 모양이다. 경상도 합천 산골에서 일찍 결혼한 할아버지는 학식으로나 그의 야망을 시골 땅에 못 박지 못하고 부모님, 처자식을 등지고 대처로 향하였다. 아들 둘을 낳은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형님은 일본으로 가고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만났을 때는 새 할머니와 함께였다. 내가 본 할머니는 외출할 때는 화려한 양산을 쓰고 뾰족한 구두를 신는 신여성이었다. 일제 강점기였으니 상당히 세련된 모습이었다. 여느 할머니의 모습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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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4. 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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