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줄 / 고임순
어릴 적, 어머니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졸졸 따라다녔다. 빨래터에는 비누통과 방망이를, 시장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잽싸게 어머니 뒤를 따랐다. 호기심 많던 나는 집 밖 세상이 사뭇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나 빨래한답시고 강물에 양말짝을 떠내려 보내는가 하면 옷을 다 적시고 눈총을 맞았다. 시장에 가서는 사방을 해찰하면서도 어머니를 놓칠까봐 치마를 붙들고 다녀 치마허리가 줄줄 허리까지 내려와 야단을 맞기도 했다. 그래도 어머니는 빙긋 웃으시며 엿이랑 인절미를 사주셨다. 이때 얼핏 어머니는 어미 소, 나는 송아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따금 시골 들판에서 보았던 한 폭 그림 같은 풍경. 그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줄 하나가 어미 소와 새끼소를 이어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치 어머니와 나처럼, 떨어질 수 없는 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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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2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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