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 김근우
86,400원. 그것으로 하루를 산다. 엄마가 아버지하고 머리를 맞대고 궁리해서, 날마다 86,400원의 생활비를 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을 들어 주었다. 그것으로 밥도 먹고 일도 하고 잠도 자고 피곤한 날은 차도 한 잔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때로는 쓴 곳도 기억나지 않는데 잔고가 바닥나 아쉬워하는 날도 있다. 필시 잔뜩 취해서 어디다 쓰는지도 모르고 신나게 흔들고 다닌 날이다. 모든 게 귀찮은 날은 온종일 이불 속에서 뒹굴며 날짜 지난 것들을 잔뜩 사 먹기도 한다. 그렇게 보낸 날은 배탈이 심하게 나서 치료하느라 며칠 동안 아까운 생활비만 날린다. 어리고 젊었을 때는 쓸 곳은 많은데, 하루치가 겨우 86,400원뿐이라고 투덜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날 0시가 되면 다시 채워지는 보험이어서 잔고가 바닥..
수필 읽기
2022. 6. 14. 09:13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