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어느 곳에 / 심훈
벌써부터 신문에는 봄「春」자가 푸뜩푸뜩 눈이 뜨인다. 꽃송이기 통통히 불어오른 온실 화초의 사진까지 박아내서 아직도 겨울 속에 칩거해 있는 인간들에게 인공적으로 봄의 의식(意識)을 주사하려 한다. 노염(老炎)이 찌는 듯한 2학기 초의 작문 시간인데 새까만 칠판에 백묵으로 커다랗게 쓰인「秋」자를 바라다보니 그제야 비로소 가을이 온 듯 싶더라는 말을 내 질녀에게 들은 법한데 오늘 아침은 “어제 오늘 서울은 완연한 봄이외다”라고 쓴 편지의 서두를 보고서야 창밖을 유심히 내어다보았다. 먼 산을 바라다보고 앞 바다를 내려다보나 아직도 이 시골에는 봄이 기어든 자취를 찾을 수 없다. 산봉우리는 백설을 인 채로 눈이 부시고 아산만은 장근(將近) 두 달 동안이나 얼어붙어 발동선의 왕래조차 끊겼다. 그러다가 요새야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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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2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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