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바람이 휘파람을 분다. 죽음을 알리는 소리다. 무거운 소식인데 빠르게 날아온다. 이번 부고는 뜻밖이다. 「대전고등학교 동문 김○○ 심장마비로 사망 충남대병원 장례식장」 휴대전화 메시지로 소식을 접하고 가까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름이 가물가물한 탓이다. “글쎄, 나도 잘 모르는 이름인데. 칠백 명이 넘는 동기들을 어떻게 다 기억하냐.” 물어물어 알아낸 건 죽은 동기와 같은 학교를 다녔다는 것 외에 공유할 기록이 없다. 딱히 모른 체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얼굴조차 기억에 없는 동기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도 난감했다. 얼마의 틈에서 고민했다. 소식을 자주 나누는 친구들과 연락 끝에 30여년 만에 동창들 얼굴이나 보자는 명목으로 문상에 나섰다. 사람은 만나는 것보다 헤어지는 걸 잘해야 한다. 헤..
찢어진 바람이 휘파람을 분다. 죽음을 알리는 소리다. 무거운 소식인데 빠르게 날아온다. 이번 부고는 뜻밖이다. 「대전고등학교 동문 김○○ 심장마비로 사망 충남대병원 장례식장」 휴대전화 메시지로 소식을 접하고 가까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름이 가물가물한 탓이다. “글쎄, 나도 잘 모르는 이름인데. 칠백 명이 넘는 동기들을 어떻게 다 기억하냐.” 물어물어 알아낸 건 죽은 동기와 같은 학교를 다녔다는 것 외에 공유할 기록이 없다. 딱히 모른 체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얼굴조차 기억에 없는 동기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도 난감했다. 얼마의 틈에서 고민했다. 소식을 자주 나누는 친구들과 연락 끝에 30여년 만에 동창들 얼굴이나 보자는 명목으로 문상에 나섰다. 사람은 만나는 것보다 헤어지는 걸 잘해야 한다. 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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