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簾 / 변해명
항라(亢羅) 적삼 안섶 속에 연적 같은 저 젖 보소 담배씨만큼만 보고 가소 더 보며는 병납니더. 읽으면 읽을수록 익살과 은근한 멋이 씹히는 글이다. 우물에서 물동이를 이는 여인이 두 팔로 무거운 물동이를 받쳐 올리노라면 그 힘에 그만 가슴을 조여 매었던 치마허리가 흘러내리기 일쑤다. 어느 처녀가 우물가에서 물동이를 이다가 그처럼 치마허리가 흘러내렸다면 순간 연꽃의 씨방 같은 예쁜 젖가슴이 드러나고야 말았을 것이다. 한 겹 아른거리는 항라 적삼에 가리워진 곡선을 슬쩍 훔쳐 본 눈길이 있었다면 담배씨만큼으로도 병이 나지 않을 리 없다. 노출되지도 않았으면서 윤곽이 드러나는, 그래서 더 아름다운 곡선, 은은하면서도 속되지 않은 연연함이 손에 잡힐 듯하다. 여름의 발이 항라 적삼과 같은 것이 아닐까? 나는 발 ..
수필 읽기
2021. 2. 16. 12:31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