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역 문 계모여 계모여 아이를 때리지 말아라 / 아이를 때리는 건 그렇다 쳐도 아이를 죽이지는 말아라 아이는 정말로 잘못이 없다오 / 울 안에 있는 대추 아이는 먹지 않고 통발에 있는 물고기 아이는 가져가지 않았다네 / 어젯밤 꿈에서 본 우리 엄마 부엌에 들어가 음식을 하고 문을 나와 물을 긷더군요 / 슬픔을 삭이며 소리 내지도 못하더라 창고에는 온갖 곡식 담긴 상자에 / 집 안에는 계수나무로 들보를 만들었네 새매가 그려진 당에는 / 사방에 향주머니 있고 온갖 보물로 장식한 옷은 / 아침 햇살을 받아 광채가 번쩍이네 아이는 굶주림에 괴롭고 추위에 떨어도 감히 그 곁을 쳐다보지도 못하네 / 마당 앞의 참새 둥지에 참새 날아와 지지배배 두 마리 새끼를 품고 있네 / 이놈 너 참새야 차라리 내 폐를 쪼아 먹..
번 역 문 군의 관아 남쪽 십 리 즈음에 태백산에서부터 수백 리를 이어와 잔잔히 퍼져 밑바닥까지 맑은 강이 있다. 강의 남쪽 기슭에 십여 장 됨직한 암석이 불쑥 솟아있고 그 위에 층대가 있으니 장인께서 쌓고 꾸민 것이다. 대의 모습은 넓고 시원하여 높다랗게 반공에 솟아 곧바로 동북쪽을 바라보고 있다. 골짜기가 솟아있고, 강이 그 골짜기 사이를 뚫고 나와 대 아래를 휘감아 돌아 깊은 못을 만들었다. 못으로부터 서쪽 하류로는 강폭이 더욱 넓어져서 별빛과 달빛을 머금은 채 아득히 넘실대니, 올라서 바라보면 세상을 멀리 벗어나 선경에 있는 듯하다. 이 대는 본래 이름이 없었다. 그런데 퇴계 선생이 손수 ‘선몽대’ 세 글자를 써서 대의 편액으로 걸도록 보내오셨다. 그리고 절구 한 수를 지어 평소 꿈꾸고 상상하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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