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걸음을 뗄 수가 없다. 온몸의 신경이 죄 하늘을 향해 쭈뼛거린다. 불빛 하나 없는 산길, 인적도 없고 어둠과 적막뿐이다. '툴툴'거리는 도랑물 소리마저 없었다면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소리 내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당시 전라도 지방에 큰 홍수가 들어 잦은 비로 밤공기도 매우 습했던 걸로 기억한다. 길가의 바위는 어둠 속에서 희번덕거리고 시커먼 가로수도 팔을 벌린 채 큰 소리로 울어댔다. 날렵하게 꿈틀거리는 길 양쪽의 산 능선이 들짐승처럼 등허리를 웅크리고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기세에 눌려 겨우 발을 떼고 있는데 그나마 다행은 비가 오지 않아 달이 발등을 희미하게 비춰 주는 정도였다. 그래도 무섬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사각"거리며 따라오는 바짓가랑이 부딪히는 소리가 자꾸 뒤를 돌아보게 했다.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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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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