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이 분다. 어둠을 더듬어 온 바람은 동해의 눈꺼풀을 살며시 올린다. 곤히 잠든 아이를 깨우는 엄마의 손길처럼 살갑게 바다의 몸을 쓰다듬는다. 바다는 칭얼대는 아이처럼 몸을 뒤채면서도 조금씩 깨어나고 있다. 동심의 푸른 바다, 동해를 깨우는 바람에서도 푸른 색감이 묻어나는 듯하다. 남편과 함께 블루로드를 걷는 중이다. 어떤 손이 있어 밋밋하던 길에 푸른색을 입혀 놓은 것일까. ‘푸른’이라는 말이 주는 청량한 어감이 길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여준다. 게다가 길 위에서, 하루의 처음을 여는 태양의 장관을 만날 수 있다니. 발걸음이 빨라진다. 길(吉)한 터의 조건 중 하나가 좌청룡우백호라 하던가. 무성한 솔숲과 동해를 양쪽으로 거느린 오솔길이 해안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여명이 깔린 길은 몽환적이기까지 ..
수필 읽기
2022. 7. 8. 07:30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