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설거지 / 류인혜
현관을 닫으면 모든 필요한 것이 집안에 다 들어있는 요즘과는 달리 그때는 모든 것이 건물 밖으로 나와 있는 생활 방식이었다. 갑자기 내리는 비는 언제나 사람을 놀라게 했다. 한창 바쁜 농사철에는 부지깽이도 일을 한다고 했는데 마당에 널어놓은 것들이 많을 때, 소나기가 내리면 집안에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밖에 일나갔던 식구들도 뛰어 들어와서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열어놓은 장독 뚜껑을 덮고, 빨래를 걷고, 땔감으로 쓰려고 늘어놓은 젖은 생나무를 한 아름씩 안아서 부엌에 들이고, 마당에 쌓아놓은 것들에는 비닐을 씌웠다. 어느 때는 내리는 비를 맞으며 사방으로 뛰어다니다 보면 문득 비가 그쳐버려 들여놓은 것들을 다시 마당에 내다 놓아야 될지 어쩔지 난감하기도 했다. 소풍날에 비가 올까 걱정하듯이 중요한 행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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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19.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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