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 강호형
전동차가 멎고 문이 열렸다. 드문드문 비어 있던 빈자리가 순식간에 차고도 사람이 넘쳤다. 차가 다시 움직였다.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승객들은 아쉬워 두리번거렸다. 그중에서도 체구가 왜소한 노파 하나가 유독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키가 작고 깡마른 데다가 허리까지 굽어 더 작아 보였다. 노파는 물에 빠진 사람처럼 허우적거렸다. 손잡이는 너무 높고 옆에도 잡을 것이 없었다. 맞은편 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자리를 양보할 필요가 없었다. 노파의 턱밑에도 좌석을 차지한 젊은이가 여럿이니 그건 어디까지나 그쪽 사정이었다. 그러나 노파 쪽에 앉은 사람들은 노파를 일부러 보지 못했다. 신통하게도 그들은 모두 신문을 보고 있거나,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 있거나, 시선을 불필요한 곳에 두고 있었다. 노파는 더 버틸 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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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2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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