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 류재홍
녹슨 철문을 민다. ‘삐거덕’ 된소리를 낼 뿐 그만이다. 팔에 힘을 실어 밀어제치자 그제야 무거운 몸을 비켜선다. 마당은 그새 풀밭이 다 되었다. 인기척에 놀란 잡초들의 수런거림에 집 안으로 들어가려던 내가 오히려 뒷걸음질이다. 자기들이 주인인 양 기세가 대단하다. 뽑아도 뽑아도 다시 태어나는 질긴 목숨일진대, 두 달여를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으니 오죽할까. 툇마루는 더욱 가관이다.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채 흙 부스러기들을 잔뜩 안고 있다. 올려다보니 천정 한쪽이 허물어져 흙덩이 몇이 또 떨어질 기세다. 민망하여 더이상 볼 수가 없다. 모두가 제정신이 아닌 게야. 하기야 훈기도 없는 집에 무슨 낙으로 제 몫들을 하려고 들겠나. 살 비비며 눈 맞춤해야 사랑이든 미움이든 생겨날 게 아닌가. 이들에게도 청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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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1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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