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머리를 빗질하는 시간은 마음을 다독이는 순간이기도 하다. 빗은 여인의 모습을 더 선명히 드러나게 한다. 머리를 빗질하면서 삶의 궤적과 사랑의 세월을 들여다본다. 빗은 추억과 회한과 그리움을 빗어내는 조그만 현악기처럼 보인다. 빗을 샀다. 화장대 한쪽에 딱히 이유도 없이 사들인 빗들이 풀꽃처럼 빽빽이 통에 꽂혀 있다. 빗살이 논의 벼 포기처럼 촘촘히 붙어 있다. 하나이면서 여럿이고, 여럿이면서 하나이다. 빗은 각 시대 생활양식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들어진다. 최근에 와서 인체 공학과 재료 공학의 발달은 빗에 큰 영향을 주었다. 두피를 부드럽게 다독이는 넓적한 쿠션 빗을 비롯하여 생머리 구부리는 드라이용, 긴 머리 다듬는 일자형 빗, 짧은 머리에 꼬리 빗, 웨이브를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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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23.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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