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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히면흐느끼고 고이면비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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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립스틱 / 한정미 (1)
다시, 빨간 립스틱 / 한정미

발걸음을 돌리고 만다. 형형색색의 립스틱 광고전단이 가던 걸음을 돌려놓았다. 화장품 가게에 들어서자 곱디고운 색깔의 립스틱이 예쁜 꽃처럼 내 손을 끌어당긴다. 진열대에 가지런히 놓인 립스틱 중에 빨간 립스틱을 집어 든다. 금방이라도 톡 하고 동그랗게 방울지어 떨어질 것 같은 맑은 빨간색이다. 손님들이 발라 볼 수 있도록 둔 샘플을 손등에 발라 본다. 색깔이 참 곱다. 덜컥 집어 들고 계산대 앞으로 가니 점원이 선물할 거냐고 묻는다. 망설이다 그렇다고 하니 예쁘게 포장을 해준다. 정말 오랜만에 내가 나에게 선물하는 빨간 립스틱이다. 내 나이 스물이었다. 진학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시작한 사회생활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용모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어느 날 선배가 여자의 화장은 예의라고 충고를 했다. 더없이..

수필 읽기 2022. 3. 30.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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