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널며 / 배순아
꽤 늦은 시간이다. 허물처럼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주섬주섬 세탁기에 넣고 버튼을 눌렀다. 윙윙거리는 소리가 깊은 밤을 두드린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빨랫줄에 하루 내내 마른 북어처럼 널려있던 옷들을 하나씩 걷어 찹찹하게 갰다. 잠시 후, 탈수가 끝난 빨래들을 바구니에 담아 베란다로 갔다. 그리고 빈 빨랫줄에다 빨래들을 하나 둘 걸쳐 널었다. 내 피곤도 툴툴 털어 널었다. 얌전한 큰 딸 양말, 늘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개구쟁이 아들의 헤진 양말, 앙증맞은 막내의 양말, 피곤으로 찌든 남편의 긴 양말, 그 옆에 양말목이 쭉 늘어진 내 양말, 각기 다른 모습으로 널렸어도 빨래에는 열심히 살아온 가족들의 하루가 고스란히 엿보인다. 양말 곁에 또 크고 작은 빨래들을 널었다. 빨랫줄에 빨래들을 펼쳐 널 때마다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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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2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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