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메기, 그 바람의 유랑 / 하재열
글을 쓰면 세상일에 대들고 싶은 의식이 꿈틀거린다. 내 얼굴에 물음을 던지는 일이다. 한편의 글 상이 떠오르면 눈이 아프고 머리가 어질하도록 달려든다. 하지만 붙잡은 글은 장타령 노랫가락을 풀고 난 각설이의 내민 손이 허하듯 그렇다. 홀로 흔드는 글 품바다. 글 쓰는 연유를 헤집으려니 무춤해진다. 밭둑길에 자욱했던 아지랑이를 잡는 것 같다. 어쨌든 뭔가 쓰고 싶었다. 이 쓰고 싶었다는 것은 유년부터 내게 어룽대었던 아지랑이 그림자 같은 거였다. 그것은 내 고향의 산천이 내게 심은 심상이요, 우렁각시 이야기를 실타래처럼 풀어내시던 할머니의 품이었다. 내 고향은 경주에서 오십여 리 떨어진 산골 심곡深谷이다. 사랑메기라는 산 고개에서 내리뻗은 산자락이 소쿠리처럼 감싼 십여 호 좀 넘는 작은 마을이다. 앞엔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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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7. 12.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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