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계 우리 집에 다섯 개의 시계가 있다. 안방과 주방, 거실과 욕실에 하나씩 있고, 서랍장에는 손목시계가 잠자고 있다. 살아 움직이는 시계 중 세계표준시에 맞게 가는 놈은 하나도 없다. 안방 시계는 10분, 나머지는 5분 빨리 가면서 서두르라고 재촉한다. 가끔 약이 다된 시계는 엄마 심부름으로 옆집에 돈을 빌리러 가는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며 느릿느릿 움직인다. 늦거나 멈춘 게 있어야 정상으로 가는 시계의 고마움을 안다. 세상을 움직이는 시계도 약이 떨어져서 좀 천천히 가거나 한 번쯤 정지했으면 좋겠다. 시계가 쉬면 우리는 가쁜 호흡을 가다듬으며 주변을 돌아볼 수 있다. 핸들 핸들을 잡으면 햇살에 반짝거리는 강을 따라 달리던 장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자잘한 섬들이 뒤꿈치를 들고 손짓하는 모습도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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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5. 1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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