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 맹난자
눈이 보는 대로 귀가 듣는 대로 마음에 물결이 일 때가 있다. 그런 날은 몸이 벌떡 일어나 마음더러 산책을 나가자고 한다. 동생이 형의 손목을 잡아 이끌듯이 몸이 마음을 데리고 집을 나서는 것이다. 중국 육상산陸象山이나 왕양명王陽明같은 심학心學의 철학가들은 마음이 몸을 주재한다고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몸도 마음을 선도先導할 수 있는 것 같다. 공연히 울적하여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동네의 목욕탕에라도 들어가 보라. 뜨거운 물에 몸을 한참 담그었다 나오면 마음이 한결 상쾌해지는 것이다. 날씨마저 울듯이 꾸물한 날에는 더운 구들목을 지고 한나절 뒹굴다 보면 마음의 울결도 어느새 풀어지고 만다. 마음이 앓아 눕고 싶은 날은 그래서 몸이 먼저 쉰다. 몸이 가벼워지면 마음도 따라서 가벼워지는 것이다.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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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2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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