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 달 넘게 입원 중인 동생의 시부(媤父)를 뵙고 왔다. 이분은 수 년 동안 동맥경화증으로 고생을 하다가 뇌혈관이 터져 의식을 잃었다.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로, 그곳에서 다시 병실로 옮겨 치료하기 석 달이 넘는다. 사장(査丈)어른인지라 동생의 낯을 봐서도 진작 문병을 했어야 옳건만, 그댁 가족들의 만류로 오늘에 이르렀다. 환자가 의식 불명인데다가 그 모습이 남에게 보이기 민망하다는 것이다. 몸에 줄줄이 고무호스를 대고 있는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쉬지 않고 흐르는 뒤 때문이었다. 사람에 따라 몸에 있는 오물을 다 쏟아내고야 운명을 한다는 말을 들은 바도 있어 더 늦기 전에 병 문안을 하기로 작정했다. 비록 환자가 알아보지 못한다 해도 내 할 도리는 하고 싶었다. 병실엔 자손들은 없고 간병하는 아주머니뿐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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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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