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사람들은 동지부터 99 소한도를 그리면서 겨울을 보냈다던가. 추웠던 시절 매화도를 그려놓고 매일 한 송이씩 붉은 물감으로 색칠하며 홍매를 피워냈다지. 마지막 99송이 홍매화가 피어나면 창밖의 매화나무에 진정 매화가 맺힌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풍류를 누릴 수나 있었겠나. 특권을 누렸던 조선의 문인 화가들에게나 해당된 복이 아니었을까. 매화 그리기에 벽(癖)이 있던 조선 후기의 화가 조희룡쯤이면 당연했으리라. '매화도 대련'이나 '매화서옥도'는 겨울에 보면 어찌나 화사한지 추운 겨울이 무색할 지경이니 말이다. 그의 매화는 전 시대의 문인들처럼 매화를 짓누르고 있던 힘겨운 상징성과 지조성을 전부 털어버렸다. 푸르스름한 달빛 아래 고고한 청덕의 매화가 아닌 꽃 자체로 아름다울 뿐이다. 매화병풍을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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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2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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