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컷의 뒷모습 / 김애자
얼마 전 ‘범부일지凡夫逸志’란 책을 받았다. 희수 기념문집으로 낸 책의 뒤표지에 실린 사진 한 컷이 시선을 끌었다. 사진은 그늘진 전각을 배경으로 텅 빈 마당을 혼자서 걸어가고 있는 저자의 뒷모습이다. 성근백발에 키가 훤칠하고 몸집은 다소 우람한 편인데, 등과 어깨는 약간 수굿이 굽었으나 어디엘 가도 아직은 꿀릴 게 없다는 당당한 기개가 엿보인다. 다만 발뒤꿈치에서부터 시작된 작달막한 그림자만이 ‘인생살이란 결국은 허황한 놀이’란 다소 코믹한 모션으로 주인을 따라가고 있다. 저자도 그런 기미를 알아차렸는가, 사진에 대한 설명을 이란 글속에다 밝혔다. 오대산 월정사에서 ‘단기 출가수업’을 받을 때 누군가가 뒤에서 걸어가는 모습을 몰래 찍어 간직해 두었다가 5년이 지난 뒤, 출가동문회원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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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8. 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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