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 곽흥렬
이제 며칠만 있으면 다시 할아버지의 기일이다. 손을 꼽으며 어림셈을 해보니 이번으로 벌써 스무 해째가 넘는다. 세월이 이만큼이나 흘렀건만, 당신께서 돌아가시던 때의 기억은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여든 중반 어름에까지 이른 연세였으니, 당시의 평균수명으로 따져서는 호상이라 일러도 관계찮으리라. 사위가 칠흑 같은 어둠에 싸인 한밤중, 마당 가운데 피워 놓은 모닥불이 지향 없이 일렁이고 온 마을 사람들은 그 불빛을 가로질러 부산스레 오갔다. 그런 왁자그르르한 분위기가 마치 한마당 축제를 벌이는 것 같은 광경을 연출했었다. 기억 속의 풍경은 세월이 흐를수록 또렷해져 가건만, 세상의 모습은 그새 많이도 변해 버렸다. 제삿날이면 대청마루를 그득히 채웠던 그 많은 제관들이 하나 둘 뿔뿔이 흩어지고, 남은 사람은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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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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