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저편의 당수나무 / 정해경
노을빛 곱게 물드는 저녁나절에 우연히 어느 낯선 농촌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멀찌감치 떨어져 보이는 외딴 집 굴뚝에서 향수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 때문인지 몇 가구 안 되는 마을의 정경이 고즈넉하기 그지없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이곳의 수호신인양 당당한 위풍으로 버티며 서 있는 한 그루의 거목, 바로 당수나무였다. 나는 그 앞에 이르러 가든 길을 멈춰 섰다. 동제를 지낸 지 며칠 되지 않았나 보다. 나무의 둘레를 휘감아 얼기설기 동여 놓은 금줄이며 주변 바닥에 잔뜩 부려 놓은 황토의 선명한 빛깔로 하여 언뜻 그 곁에 다가서지를 못하고서 서성거렸다. 나는 금줄에 매달린 한지조각들이 간간이 스치는 바람에 나풀거리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아득히 멀어진 세월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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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7. 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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