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녀석이 온다 / 이삼우
햇살이 넘실거리는 주말 오후다. 소파에 상체를 파묻고 TV를 보면서 졸고 있을 때였다. 휴대전화의 컬러링이 절간 같은 집안의 정적을 깨뜨린다. 작은 며느리 전화다. 손자 녀석이 보채는 통에 할머니 집에 오겠단다. 작은 아들네는 우리 부부가 사는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다. 안방 침대에서 주말 드라마를 보다가 설핏 잠이 들었던 아내도 손자가 온다는 전화에 화들짝 놀라 일어나더니 “집 안 청소를 안 했는데….” 혼자 말하듯 웅얼웅얼한다. 당신이 청소하겠다는 의사표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옆이 있는 남편한테 부탁하는 것도 아닌 삼인칭 유체이탈 화법이다. 아내는 잠이 덜 깬 푸석한 얼굴로 거울을 보더니 안 돼! 하며 재빠르게 샤워실로 들어가 버린다. 노부부만 사는 집안에 비상이 걸렸다. 정확히 말하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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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2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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