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 친구 / 김태길
두메 산골의 하루 해는 어린 나에게 지루하기 짝이 없는 시간이었다. 겨우 세 가구가 모여 살던 우리 이웃에서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웠고, 어른들은 일손이 바빠서 어린아이 상대할 여가가 없었다. 형들과는 나이 차이가 너무 많아서 친구가 되기 어려웠다. 우리 집 바로 이웃에 '언년'이라는 여자아이가 살고 있었다. 나이는 나보다 한 살 위였고 얼굴은 수수한 편이었으나, 살림이 가난해서 늘 남루한 옷을 걸치고 있었다. 아이들의 훈육에 신경을 쓸 만한 여유가 거의 없는 가정에서 자란 탓인지 언년이는 한마디로 야생마 같은 아이였다. 세 가구 이웃에는 언년이밖에 같은 또래가 없었다. 자연히 자주 만나게 되었지만, 아주 절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남자는 남자끼리 놀아야 한다는 유교식 교육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또는 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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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4. 2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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