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으로 쓴 자서전 / 최미아
강아지 발바닥만한 섬에서 태어났다. 순풍에 돛 달고 세월아 네월아 지냈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호시절이었다. 집안 살림은 죽이 끓는지 밥이 끓는지 모르고 책만 들여다보는 아버지는 밤마다 호랑이 담배 먹을 적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객지에 있는 자식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쓸 때는 내가 방바닥에 엎드려 아버지가 불러주는 입말을 받아 적었다. 당구 삼 년에 폐풍월이라고 그때부터 호랑이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리기도 했지만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끼적거리고는 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더니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아버지는 내가 소설가가 되리라 굳게 믿었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아야 하는데 앉아 삼천리 서서 구만리인 아버지의 믿음에 나도 꿈을 꾸게 되었다. 참깨가 기니 짧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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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2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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