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길 / 차하린
올 가을 단풍이 유난히 곱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마음에도 가을바람이 불었다. 내설악 단풍을 구경하면서 봉정암까지 가보기로 했다. 용대리에서 버스를 탔다. 용꼬리처럼 굽이치는 꼬불꼬불한 백담계곡을 따라와서 백담사에 내렸다. 맨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강만큼 넓은 백담사 앞 영실천이었다. 아침 햇살이 하얗게 퍼지는 그곳에는 빼곡하게 쌓아올린 작은 돌탑들이 죽순처럼 돋아나 있었다. 큰 물살이 흐르거나 거센 바람이 불면 여지없이 쓰러지고 말 돌탑을 누가 여기에 쌓아놓았을까. 톨탑에 마음이 홀려서 백담사는 보는 둥 마는 둥 지나쳤다. 억겁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물살이 만들어낸 작은 돌멩이들이 모난 곳 없이 동그스름하다. 긴 세월이 담긴 동글납작한 돌멩이에 사람들이 가슴속 근심 덩어리를 하나씩 풀어놓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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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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