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이 턱밑으로 다가서면 나는 부엌칼부터 손본다. 제물祭物을 준비할 때마다 칼날이 무디다는 집사람의 타박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그보단 철철이 이어지는 종갓집의 기제忌祭를 모시고 있는 내 정성의 단초이기도 해서이다. 칼을 갈려면 우선 숫돌부터 챙겨야 한다. 숫돌은 칼이나 낫 따위를 갈기 위한 천연 석재를 이용한 살림도구의 하나로, ‘수’와 ‘돌’이 어우러져 형성된 합성어合成語이다. 이때 ‘수’는 어원적으로 돌石의 의미를 내포한다. 일찍이 우리 조상들은 석질이 부드러운 퇴적암 등을 채취하여 거친 숫돌과 고운 숫돌로 구분하여 사용해 왔다. 그런데, 근자엔 탄화규소나 산화알루미늄을 활용한 인조 숫돌을 선호하는 편이다. 지금도 고향집에 내려가면 뒤란 샘가에 웅크리고 앉아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는 ..
수필 읽기
2022. 5. 4. 09:03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