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비哭婢 / 김순경
제2회 스틸에세이 공모전 대상 가마솥에 윤슬이 보인다. 희미한 등불에도 잔물결이 반짝인다. 열기가 소용돌이치면 무쇠솥은 소리 없이 눈물부터 흘린다. 때로는 큰소리로 울지만 불길이 멈추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진다. 긴 세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어머니는 눈물을 닦아주며 다독거렸다. 처음부터 까만 솥이었던 것은 아니다. 뜨거운 불길을 참지 못하고 흘러나온 쇳물은 황토색이었다. 섬광을 번쩍이며 세상에 나타난 맑고 고운 쇳물은 숨 쉴 틈도 없이 모래 속으로 흘러들었다. 멋모르고 들어간 어둡고 숨 막히는 거푸집 속에서 몸부림쳤지만 절규의 목소리는 전해지지 않았다. 움직일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잠시 꿈틀거리다 등신불처럼 무쇠는 솥이 되었다. 솥은 군주를 나타내는 상징물이었다. 전쟁을 할 때도 솥은 반드시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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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3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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