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뜨기 / 노천명
내가 맨 처음 서울에 올라온 것이 이맘때였던 상싶다. 음력 이월 초순께나 되었던지 춥기는 해도 겨울은 아니고, 그렇다고 봄도 채 되지 않은 때였다. 옥색 두루마기를 입고 여기 애들 모양 당홍 제비부리 댕기도 못 드리고, 검정 토막 댕기를 드린 나를 보고 동네 아이들은, "시골띠기 서울띠기 말라빠진 꼴띠기." 하며 우르르 달아나곤 하는 것이었다. 무슨 영문인지를 모르는 나는 그 애들의 외우는 말이 재미가 있어 웃으며, 그 애들이 몰려가는 데로 따라가면 줄달음질들을 쳐서 골목 안으로 달아나는 것이었다. 이럴 때마다 나는 시골 우리 동리가 그립구, 박우물께 이쁜이며, 새장거리 섭섭이, 필녀, 창호 이런 내 동무들이 한없이 보구 싶어졌다. 학교에두 아직 못 들구 어머니는 날마다 집주름을 데리구 집만 톺으러 다니..
수필 읽기
2021. 4. 16. 06:39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