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이웃 / 장미숙
문은 여전히 활짝 열려 있다. 집을 비워둔 사이에도 많은 이들이 다녀갔나 보다. 발자국은 한 줄로 나 있지 않고 흩어진 모양새다. 그들이 지나간 흔적에 훈기가 묻어있다. 어떤 이가 꽂아둔 꽃다발은 향기를 발하고, 벽에 붙여놓은 미소 기호는 연실 방싯거린다. 그들이 집을 방문한 사이 나는 다른 세상에 가 있었다.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현상세계(現象世界)다. 감각과 지각을 통해 존재의 가치를 느끼고 때로는 그 가치를 폐기하고 싶어지는 곳, 이를테면 감각적 인식 대상들과의 관계 속에 속해 있었다. 돌변하는 감정에 의해 수시로 표정이 변하는, 그러면서도 그 표정을 드러낼 수 없는 페르소나의 세계는 친밀하면서도 삭막하다. 뜨거우면서도 차갑다. 벗어나고 싶지만 더 깊이 들어가고 싶은 공간이기도 하다. 물리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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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2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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