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동, 마포종점 / 김상영
‘대구시 동구 신암2동 1235번지’. 신도극장 부근 강남약국 골목 잡화상들을 지나 몇 구비 꺾어 돈 그곳은 고등학교 시절 자취집입니다. 우리 집 전화번호조차 까먹는 터에 그 주소가 기억난다니 희한합니다. 그뿐이겠습니까, 마당 가운데 공동수도에 젖줄처럼 매달려 연명하던 고만고만한 삶들도 그려집니다. 우리 문간방 옆으로 동대구시장 생선 좌판 장수 부부, 곱사 아이를 생손 앓듯 건사하던 아낙네, 5·16쿠데타로 몰락한 자유당 정권 전직 국장네 식구, 다소곳이 합숙하던 여대생 둘, 노는 꼴 보기 싫다는 어미 성화에 들볶여 머리핀 공장에 다니던 말만 한 계집애 가족이 디귿 형태로 포진하고, 늙은 내외가 오동통 곱살한 며느리 봉양을 오지게 받던 주인집이 일자로 채워지면 저 일천구백하고도 70년대의 성냥갑 같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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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15.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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